우울증·초기치매 환자도 안전한 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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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초기치매 환자도 안전한 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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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남산자락숲길 5.14㎞ 활용해

동네별로 자원봉사자와 함께 걷기\

 

“2월부터 혈압약을 먹고 있고 당 수치도 높아서 당뇨 전 단계라고 해요. 운동을 하라고 하는데 집에 있으면 나오기가 싫어요. 밥도 먹기 싫고. 우울증인 거지.”

서울 중구 주민 안 모(75)씨가 오랜만에 나들이에 나섰다. 신당동 무학봉 근린공원 인근에서 출발해 금호산 맨발공원과 유아숲체험원을 지나는 남산자락숲길이다. 혼자 걷기 힘든 주민들을 위해 자원봉사자, 걷기운동 지도자 등 건강지킴이가 함께한다는 소식에 선뜻 동행한 참이다. 당초 2㎞ 가량 예정했는데 안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더 걷자”고 목소리를 모아 두배 가까이 산책이 이어졌다.

일 중구에 따르면 구는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한달간 노년층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함께하는 ‘남산자락숲길 함께 걸어봄~!’ 행사를 진행한다. 중구 어디서나 15분이면 닿는 자락숲길을 더 많은 주민이 즐기도록 한다는 취지다.

남산자락숲길은 중구 주민들이 뽑은 ‘만족도 1위’ 정책이다. 성동구와 맞닿은 무학봉근린공원부터 장충동 반얀트리호텔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산책길이다. 흙길과 툇마루 산책길로 연결해 유아차나 휠체어 이용자는 물론 노약자와 임산부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길이다. 숲길 안에는 유아숲체험원 황톳길 전망대 지그재그길 등을 배치해 걷기에 재미를 더한다.

권역별 나들이는 지난해 일부 동네에서 시작한 행사 확대판이다. 주민과 봉사자가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산책을 나섰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는 구 전체로 확대했다. 명동 소공동 중림동 회현동이 포함된 시내권을 비롯해 중구 전체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평소 나들이가 힘든 취약계층 주민들을 우선했다. 중구 관계자는 “동네 사람들을 사귀고 나면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함께 걸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웃 도움을 받은 주민들이 다음에는 봉사자로 합류하도록 유도한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각 권역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사전 답사를 통해 주민들이 걸을 길을 정했다. 접근성부터 노년층 주민들 안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 남산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주식회사에 요청해 참여 주민들을 위한 기념품 등 행사에 필요한 비용도 마련했다.

지난 12일 시내권역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약수권역 을지로권역 신당권역 주민들이 봄 내음 가득한 숲길을 만끽했다. 매번 주민 10여명이 참여했고 자원봉사자도 비슷한 규모로 함께했다. 봉사자들은 숲길 안내부터 조망 명소에서 사진 찍어주기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그만큼 참가자들 만족도가 높았다. 더 걷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대기 중이던 차량으로 이동한 주민이 있는가 하면 산책 도중 신발을 벗고 황톳길로 접어드는 참가자도 있었다. 황학동 주민 하금도(74)씨는 “공기가 맑고 그늘이 많아 여름에도 걷기 좋을 것 같다”며 “친구들과도 함께 걸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치매 초기라는 한 주민은 “맑은 공기에 사람들까지 너무 좋다”고 연신 감탄했다.

남산자락숲길은 단순한 산책 이상으로 즐길 수 있다. 지역 미술인들이 시화전을 여는가 하면 임신부는 ‘숲 태교’에 참여할 수 있다. 걷기 인증을 하면 중구사랑상품권으로 교환하거나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가 가능하다. 구는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산책을 정례화할 구상도 하고 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남산자락숲길은 내 집 앞에서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일상의 숲이 됐다”며 “보다 많은 주민과 시민 관광객들이 남산에서 걷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기 바란다”고 전했다.

출처: 내일신문(https://www.naeil.com/news/read/549322?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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